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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 기억의 심연에서 울리는 살인의 메아리

by minorwtgr 2025. 4. 15.

 

지워진 기억의 퍼즐, 그리고 의문의 살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는 기억상실과 살인이라는 두 개의 충격적인 요소가 교묘하게 얽힌 심리 스릴러입니다. 주인공 도안 마사토는 어느 날 아침,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충격적인 이메일을 받습니다. 그는 최근의 기억을 완전히 잃은 상태로, 자신이 정말 살인자인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이후 그에게 도착하는 연쇄적인 이메일들은 그를 점점 더 혼란스러운 수수께끼로 몰아넣습니다.

 사건은 도안이 근무하는 약국에서 심장약을 잘못 조제하여 환자가 사망한 사건부터 시작됩니다. 그러나 그가 받은 이메일에 따르면, 이 사고는 단순한 실수가 아닌 의도적인 살인이었다고 합니다. 도안은 자신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정말로 살인범인지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과정을 통해 독자들에게 묻습니다 - 우리는 자신의 기억을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까? 기억이 사라진 사람은 여전히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가?

 도안의 주변에는 다양한 의심스러운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그의 옛 연인이자 정신과 의사인 여자, 약국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 그리고 정체불명의 이메일 발신자까지. 이들은 모두 도안의 잃어버린 기억 속에 숨겨진 진실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독자는 도안과 함께 진실을 향한 여정을 떠나게 됩니다. 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도안의 현실은 조금씩 균열을 보이고, 그가 믿었던 세계는 마치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립니다. 그의 혼란은 곧 독자의 혼란이 되어,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구분하기 어려운 미로 속으로 독자를 끌어들입니다.

 

 

죄책감의 무게와 복수의 그림자

 소설이 전개될수록, 약국에서의 약 조제 실수는 단순한 사건이 아닌, 더 깊고 어두운 비밀들과 연결되어 있음이 드러납니다. 도안의 기억이 조금씩 돌아오면서, 그는 자신의 과거 행동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죄책감, 후회, 그리고 복수의 감정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며 복잡한 심리적 긴장감을 만들어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소설에서 단순한 '누가 범인인가'의 미스터리를 넘어, 인간의 도덕적 책임과 죄의 본질에 대해 질문합니다. 기억을 잃은 사람이 과거의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여전히 책임이 있는가? 누군가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살인자는 여전히 살인자인가? 이러한 철학적 질문들이 스릴러의 외피를 입고 독자에게 다가옵니다.

 도안은 점점 더 복잡한 상황에 휘말리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됩니다. 그가 받는 이메일은 마치 그의 무의식이 보내는 메시지처럼, 그가 망각 속에 묻어둔 죄를 끊임없이 상기시킵니다.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라는 문장은 단순한 고발을 넘어, 그의 양심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경고처럼 작용합니다.

 

 

뒤틀린 진실과 정의의 경계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모든 퍼즐 조각이 제자리를 찾아가며,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납니다. 도안의 기억 상실, 미스터리한 이메일, 그리고 약국에서의 사고는 모두 하나의 복잡한 계획의 일부였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마지막까지 독자의 예상을 뒤엎으며, 진범과 피해자, 가해자와 복수자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듭니다.

 이 소설의 매력은 단순한 반전에 있지 않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진실이 드러난 후에도, 독자에게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법적 정의와 도덕적 정의, 사회적 정의와 개인적 정의 사이의 긴장감이 소설 전체를 관통합니다.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이 항상 정의로운 일인가? 복수는 언제 정당화될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 소설에 깊은 윤리적 차원을 더합니다.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는 기억, 정체성, 책임, 그리고 정의라는 주제를 탐구하는 심리 스릴러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정교한 플롯과 섬세한 인물 묘사를 통해, 단순한 오락을 넘어선 문학적 깊이를 선사합니다. 도안의 여정은 단순한 살인 미스터리 해결이 아닌, 자신의 정체성과 도덕적 책임에 대한 깊은 성찰의 과정입니다.

 이 소설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의 죄에 대해서도 우리는 책임이 있는가? 기억이 사라진다면 그것은 죄 또한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독자들은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에도 이러한 질문들과 함께 오랫동안 작품의 여운 속에 머물게 될 것입니다.